Falling down to the rabbit hole for two Percussionists
작곡가
박은경
작품연도
2018년
카테고리
양악
- 기악
작품해설
이야기의 기승전결에서 '기'부분만을 음악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다. 모티브가 된 이야기는 잘 알려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나, 주인공이 본 무대인 토끼굴에 들어가기 직전까지으 상황만을 다루었다.
작품은 크게 음색과 프레이즈의 두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음고가 없는 타악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음색적 측면에서 구분된 모티브들이 점차 건조한 소리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도록 구성된다. 모티브들은 음형적으로 연관되지만 음색적, 리듬적으로 구별되며, 각각 서로의 발화점(trigger)이나 그림자(shadow)로서 기능하며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점차 고조되어가면서 음형 또한 길어지며 후속파트의 출현을 기다린다.
작품의 도입부에 3개의 주요 프레이즈가 제시된다. 각각의 프레이즈는 독립적으로 다른 템포를 가지며 후반부에는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길이까지 변형되어 나타나며, 종종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요소가 끼어들며 상호작용하게 된다. 음고의 사용이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마지막 부분의 특정한 음고 Bb은 매우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이로써 급작스럽게 약곡을 끝맺지만 마치 곧 다른 악곡이 시작될 것 같은 기대감을 연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