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The Black Home)’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의 사건 그리고 그 주위를 바라본 본인의 심상을 다룬 곡이다. 음악에는 바다에 빠져 희생된 자들의 넋을 건지는 동해안오구굿의 음악적 이디엄이 주요 아이디어로 적용되었다. 기초적으로는 연행 시 사용되는 장단과 일부 무가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그 외 동해안지역 굿에서 나타나는 심볼 등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독주 산조아쟁은 악기가 가진 전통적 기반의 강렬한 무속성 그리고 음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그 이상의 비르투오소적 기량이 요구된다. 여기서 관현악은 음의 유동적 성질, 현악의 색채적 운용을 중심적인 소재로 이용하여 독주 산조아쟁과의 색채적 조화에서 나타나는 미감을 우선시한 형태로 구현했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희생된 그들의 온전한 안식은 마치 그들을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집은 불편한 현실 속에서 마치 검은색으로 색칠되어 모습을 숨긴 체 적막하게 그리고 하염없이 기다리 는 검은 집과 같다. 단지 이러한 심상을 음악으로 이미지화 한 것이고, 비극적 서사나 해학을 말하려는 작품이 아님을, 그럼에도 추도적 자세로 하여금 작곡에 임했고 그것을 음악에서도 일부 드러내고자 했음을 알리는 바이다. 본 작품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2022 관현악시리즈 '전통과 실험-동해안'에 위촉 초연되었으며, 2022 ARKO한국창작음악제에서는 사운드와 형식을 일부 개작하여 발표하였다.
「검은 집」
집으로 가자.
망망한 검은 바다로부터 땅에 이르러
터덜터덜 고향으로 다다랐을 때
마치 숨은 듯 검게 색칠되어 하염없이 숨죽이던 그 집은
불을 켜고 문을 열어 기다렸던 그대들을 반길 거라고.
그 한숨 섞인 외침이 들려오는
짙게 검어진 그대들의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