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간에서 피아노의 울림을 오랜 시간 귀 기울여보았다. 소리는 울림과 동시에 서서히 옅어지며 밖으로 퍼져 나가는 듯하였고, 피아노 내부에서는 현의 마찰 소리를 비롯한 작고 다양한 소리가 다가왔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강한 소리 이후 반사되어 들리는 소위, 반향이라 불리는 이것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번 신기함으로 다가왔고, 이 소재를 바탕으로 이번 작품을 작곡하였다.
반향이라는 소재를 표현하기 위해 짧고 강한 에너지가 있는 소리와 서서히 사라지는 소리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었으며, 이를 위해 피아노 현의 스펙트럼을 통해 화성을 구축하였고, 악기의 다양한 현대주법을 사용하여 여음을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내었다. 또한 작곡과정에서 경험한 일상의 소리들 (메아리, 백색소음, 창문 틈 사이로 들려오는 바람소리 등)을 연결지어보고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시도하였다.
반향의 아이디어는 소재뿐만 아니라 작곡을 하는 과정 전반에도 적용되어 있다. 작품을 써가는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만들어지는 음악으로부터 파생되는 무수한 아이디어들과 그 자리에서 울리는 일상의 소리들을 오롯이 담고 정리하는 시간을 여러 번 반복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대하는 바는 작업하는 순간의 자신을 기록하는 동시에 나를 서서히 알아가는 과정일거라 생각한다. 이렇듯 외부의 소재로 시작된 반향은 내면의 울림으로 서서히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