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 작곡가
- 조윤제
- 작품연도
- 2023년
- 카테고리
- 양악 - 기악 - 합주 - 관현악합주
작품해설
나는 어려서부터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특유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으로 감지해 왔다. 이러한 감수성은 인간을 넘어 자연과 환경, 동물의 영역으로까지 이어졌고, 자연이 훼손되거나 생명이 상해를 입는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깊은 불안과 정신적 고통이 내 안에 남곤 했다. 이것은 나에게 축복이자 짐이었으며, 동시에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었다.
미국 석사 과정 동안 나는 작곡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더 가치 있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속에서 죄 없는생명들이 고통받는 현실은 나를 반복적으로 무너뜨렸고, 왜 이러한 장면들 앞에서 도망칠 수 없는지 나 자신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것이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내 안에 내재된 성향임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결국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예술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숙명을 자각했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내가 표현해야만 하는 본질에 가까웠다. 그렇게 에코소닉 아티스트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 각 악기는 하나의 고래 개체로 설정되며, 바다의 깊은 공간감 속에서 고래의 움직임과 정서의 흐름이 음향적으로 구성된다. 실제 고래 음원을 듣고 음정의 윤곽을 분석한 뒤, 이를 글리산도와 미세한 음정 변화 같은 악기적 제스처로 옮겼다. 또한 바다와 고래가 내게 주는 특유의 느낌과 정서를 표현한 화성이 곡 전체의 구조와 흐름을 이끌도록 구성했다. 바닷속의 적막함과 공간감, 어느 순간 갑자기 밀려오는 불안, 그리고 심리적인 깊이감을 표현하기 위해 오케스트레이션은 입체적
배치와 다층적 음향 구조로 설계했다.
전반부는 고요한 교감과 스며드는 불안을 담고, 중·후반부에서는 해양 오염과 인간 활동으로 인한 혼란과 고통을 음향의 밀도와 긴장으로 드러낸다. 클라이맥스에서는 그들이 견뎌야 했던 압도적인 무게를 가장 복잡한 구조로 응축했다. 엔딩에서는 일상에서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든 악기를 사용해 인간이 남긴 잔해가 소리의 바탕이 되도록 설정했다. 그 위로 고래의 목소리와 숨이 포개지며, 마지막에는 오직 고래의 숨만이 남은 채 작품은 아주 조용히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고래라는 특정 동물을 넘어, 이 땅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온 자연의 생명들이 떠안아야 했던 무고한 고통과 가여운 죽음에 대한 나의 고찰을 담고 있다. 작품은 어떤 결론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무엇을 외면해 왔는지, 그리고 어떤 세계를 만들어 놓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 질문이 잠시라도 마음 어딘가에 머문다면, 그것으로 작품의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초연정보
- 초연일
- 2024. 08. 20
- 초연장소
- 롯데콘서트홀
- 연주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 행사명
- KNSO국제아카데미 갈라공연 '컬러풀'(COLORFUL)
- 행사주최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정보
- 연주일
- 2026. 02. 06
- 연주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연주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 지휘
- 진솔
- 행사명
- 제17회 ARKO한국창작음악제 양악부문
- 행사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행사주관
- ARKO한국창작음악제 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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