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세월(The Hours)”의 구조와 형식은 상당히 음악적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델러웨이 부인”을 테마로 한 세 개의 변주곡인 이 작품은, 한 여인의 삶을 단 하루로 응축해서 보여주는 원작처럼,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사는 세 여인의 하루를 교차 편집으로 촘촘히 엮어낸다. 그 정교한 대위적 솜씨는, 하나의 주제(subject)가 각기 다른 시가로, 여러 층위의 시간대를 흐르지만 수직적으로 거대한 협화적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J.S.Bach의 푸가 기법을 닮았다. 소설을 쓰는 소설가, 소설을 책으로 만드는 편집자, 또 그 소설을 읽는 독자인 세 여인은 각각 작곡가, 연주자, 청자로 대표되는 음악의 세 주체로도 치환되어 읽힌다. 이 곡은 세 등장인물 중 평범한 가정주부였지만 가장 마음이 끌렸던 브라운 부인의 하루를 음악적으로 극화(劇化)하였다. 인용된R.Schumann, ‘여인의 사랑과 생애’(op.42) 중의 한 가곡이나 영미권 자장가인 “Rockabye baby”는 가사의 내용과는 대조적으로 아이러니하게 비틀려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