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을 위한 <개천> La Création du Monde은 우리나라 개국신화인 단군신화를 주제
로 삼고 있다. 하늘이 열리고 단군왕검이 탄생한다는 의미에서 ‘개천’(開天)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네 악장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중 <지상> Le Monde
terrestre 은 2악장에 해당한다.
이 곡은 하늘의 아들, 환웅이 풍백(바람), 우사(비), 운사(구름)를 거느리고 태백의 신
단수 아래로 내려와 인간세계를 다스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에서
는 3음 음계로 이루어진 하나의 주제가 음색을 달리하여 전 작품을 통해 반복되어 등장
한다. 피콜로, 풀룻, 글로켄슈피엘, 실로폰은 ‘하늘’, 즉 천상세계를 의미하고, 오보에 독
주는 ‘비’, 풀룻 독주는 ‘바람’, 바순독주는 ‘구름’ 그리고 바이올린 독주는 ‘환웅’을 의미
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3음음계의 튜티로 시작한다. 곧 바로 천상세계를 상징하
는 악기들로 이어진다. 하늘을 향해 상승하는 이미지(고음역 악기들)와 땅으로 하강하는
이미지(저음역 악기들)는 전체 작품을 통해서 변화와 반복을 거듭하며, 주제요소들과 대
위적 구조를 이루어 간다. 오보 독주의 ‘비’ 주제가 제일 먼저 등장한 후, ‘바람’ 주제를
맡은 플롯 독주가 그 뒤를 잇는다. 바순독주의 ‘구름’ 주제에 이어서, 바이올린 독주가
‘환웅’주제를 담당한다. 앞서 나온 주제들은 변형된 형태로 모든 악기에서 번갈아가며 때
로는 단편적으로 때로는 전체적으로 등장한다. 주제적 요소와 상승, 하강의 요소들은 서
로 조화를 이루어가며 하나의 거대한 소리를 만들어 가다가, 마지막으로 최초에 등장했
던 3음음계의 튜티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