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작품을 구상하기 이전부터 알게 되었던 다듬잇돌, 키, 소여물통, 도자기그릇, 장독, 요강 등과 같은 우리나라 전통 민속품들이 평소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한국 고유의 생활이나 풍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용품으로 존재해왔다면, 나는 이 작품 안에서 새로운 악기로서 그 역할을 바꾸고 싶었다. 본래의 용도에 맞게 쓰이면서 발생되는 정제되지 않은 소리에서부터 작곡가의 관점에서 악기로서의 가능성을 연구하던 중에 기존의 용도와는 별개로 새롭게 찾아낸 인위적인 날것의 소리들까지 다양한 음색들을 만들어내며, 궁극적으로 기존의 국악기나 국악적인 요소를 활용한 ‘익숙한 우리의 소리’뿐만 아니라, 또 다른 우리 고유의 한국적인 소리를 구현할 새로운 가능성을 표현해보고자 한 것이 이 작품의 출발이 되었다. 이 작품의 제목 <소릿거리>는 ‘소리’와 어떤 일의 대상이나 소재를 나타내는 ‘–거리’라는 단어가 합쳐져 ‘소리가 될 만한 재료’라는 뜻으로 만들었으며, 이 곡과 관련해서 <소릿거리>는 국악기 피리와 더불어 이러한 민속품들이 한국적 소리가 될 만한 재료로 활용되었음을 의미한다.
총 3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형식은 한옥구조 내에서 각각의 공간들을 1인칭의 시선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1악장에서는 대문을 열고 들어서서 마주하는 마당의 모습, 2악장에서는 대청마루와 방 안 풍경, 3악장에서는 마당을 지나 부엌과 소외양간을 거쳐 다시 마당으로 나오며 보게 되는 여러 장면들이 그것이다.
이 곡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 예술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쓰였으며, 2019년 3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