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터널의 끝을 향해 질주하며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노래...
노래는 고리와 고리로 연결되어 점점 더 명료하게 다가온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 깜깜한 긴 터널의 끝은 언제일까?” 터널 속에서 유일한 희망은 어린 시절 부르던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 계속 달리다보면 언젠가 터널의 끝에 다다르리라.
해금 협주곡 “터널의 끝을 향해...II"는 다중적인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터널은 인간의 삶(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의 흐름), 일제강점기 때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일본군으로부터 치욕과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했던 위안부 할머니의 그 당시 심리상태,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소외되고 고독한 우리 현대인의 심리상태를 상징한다.
이 곡은 한 사람이 터널의 어둠속에서 끝을 향해 달려가며 공포에 떨고 있는 현상과 심정의 변화를 해금의 솔로의 반복적이며, 변형된 음형과 리듬으로 그려 나아간다. 이는 또한 시간의 흐름(앞부분: 과거, 중간부분: 현재, 마지막 부분: 미래)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다. 해금 솔로는 이 곡에서 터널을 질주하는 주체이지만 때론 국악 관현악으로 주체가 이동하여 수많은 자아를 형성하며 대결구도를 보여준다.
곡의 시작부분은 다양한 관현악의 특수효과 음색(클러스터, 미분음, 하모닉스, 글리산토, sul ponticello 등등)을 통해 암흑의 터널공간을 묘사하고, 곡이 진행되면서 어렴풋이 생각나는 5음음계의 구성의 주제와 변주 선율이 해체되어 등장한다.
중간부분은 해금 독주파트와 관현악이 곡의 시작부분에 제시했던 특수기법의 음색을 통해 암흑의 터널 공간 안에서의 두려움과 공포감을 묘사하고, 서서히 해체되었던 선율이 재구성되고, 5음음계로 구성된 주제선율과 변주 선율이 드러나는 동시에 어린 시절과 예전의 일상을 회상하며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마지막 부분은 다시 용기와 희망을 갖고 터널의 끝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모습을 해금독주와 관현악의 음색으로 표현한다.
“터널의 끝을 향해...II”를 통해 꽃다운 청춘, 어쩌면 삶 전체를 송두리째 빼앗긴 할머니들의 아픈 과거를 되새기며, 공감하며, 나아가 코로나19로인해 소외되고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 치유의 시간이 되길 바라고, 언젠가는 터널의 끝에 도달하길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