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지금의 종로2가에 세워진 금희악기점(琴喜樂器店)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이 경영했던 유일한 악기점으로 레코드, 국내외 축음기 및 부속품, 각종 악기, 음악서 등을 판매하였다. 작곡가는 금희악기점이 가지는 의미와 다음 제시된 미학적 키워드를 따라 금희악기점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피아노 협주곡을 구상하였다.
1. 더 새로운 소리 - 100년 전 금희악기점은 축음기로 레코드를 틀며 거리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고 소개하였다. 2021년의 국악관현악곡 '금희악기점' 또한 새로운 접근과 음색 등을 통해 오늘날의 음악을, 더 새로운 소리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청중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작곡가는 일반적인 국악관현악 편성에 피아노, 더블 베이스, 베이스 클라리넷, 비브라폰, 실로폰 등의 서양악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하였다. 또한 선율 모티브가 열정적인 라틴 리듬을, 세련된 화성의 재즈를, 전통음악(현악영산회상 中 ‘가락덜이’) 등을 만나 다채롭게 표현되도록 하였다.
2. 기억나는 음악, 따라부르는 노래 - 100년 전 금희악기점의 성공 비결은 대중성에 있었다. 금희악기점 창립자 가족의 회고에 따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그 노랫소리를 따라 부르며 배웠다고 하니, 노래 보급의 선구자였다”고 한다. '금희악기점'은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관현악곡, 따라부를 수 있는 멜로디가 있는 곡을 목표로 삼았다. 곡 전반을 관통하며 다양하게 변주되는 선율 모티브와 울렁이는 일련의 감정들이 관객들 마음속에 새겨지길 바라본다.
3. 선도하는 음악 - 100년 전 금희악기점은 곧 음악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였다. 금희악기점은 새로운 노래를 알리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는 소통 창구였던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창작음악의 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며 국악관현악과 우리의 창작음악이 가야 할 길에 대하여 겸손하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