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음악

혼잣말 7

작곡가
김신
작품연도
2021년
카테고리
양악 - 기악 - 합주 - 관현악합주

작품해설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국가와 종교, 혹은 이데올로기의 초석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을까요? 다수의 사람들이 예고 없이 한날,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뜻을 가지고 거대한 집단을 이루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의미와 형태가 되었든, 세상을 더 낫게 바꾸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어떤 한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마음이 흘러넘치면, 혼잣말이 나오고는 합니다. 한 사람이 혼잣말을 하며 구상한 계획과 생각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설득된 일부의 사람들이 그 주변에 다시 전달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듭하여 말에 힘이 생겨 집단이 탄생하고, 종교가 제창되며, 이데올로기가 선포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을 음악으로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방대한 과정을 한 곡의 음악으로 표현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기에, 저는 이 곡을 10부작으로 구상하여 이 과정을 더욱 자세하게 묘사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연작은 나중으로 갈수록 그 규모가 확장되고, 각 곡에 나름의 의미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첫 곡은 말 그대로 ‘혼잣말’ 그 자체를 독주악기를 통해 묘사하고, 점점 ‘혼잣말’이 영향을 끼치는 대상의 크기와 범위가 확대되는 식으로 연작의 구조를 설정했습니다. 이 곡은 그중 일곱 번째 곡으로써, 혼잣말로부터 비롯된 ‘국가와 종교, 이데올로기의 탄생’을 오케스트라를 통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협주곡이 아닌 일반 관현악곡임에도 여러 악기의 솔로 패시지가 드물지 않게 등장하는데, 이것이 바로 ‘혼잣말’에 대한 음악적 묘사입니다. 이 혼잣말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큰 단위의 제스처를 만들어내고, 때로는 헤테로포니를 생성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성된 제스처들은 곡의 전반적인 긴장과 이완 조절을 도움으로써 음악의 진행감을 더하며, 악곡의 구조를 분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곡은 현대음악이지만, 곡이 진행되는 동안 전통적 조성이 적나라하게 등장하는 부분이 있고, 심지어 곡의 최후반부에는 조성음악이 주도권을 차지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곡 초반부에서 간헐적⋅단편적으로만 제시하던 조성 모티브에 힘을 실어 이를 곡의 최후반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선택을 하였는데, 이는 ‘특정 이념의 확립’을 묘사한 것입니다. 주제의 특성상 이 곡에는 여러 가지 모티브들이 존재하는데, 이 중 불특정 다수의 청중들이 가장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모티브인 조성적 모티브를 선택하고 이를 확장시킴으로서 청중들이 보다 더 수월하게 곡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끔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조성적 모티브에는 거의 항상 무조적인 요소가 수반됩니다. 처음에는 무조와 조성의 비중이 동일하다가, 점점 조성음악이 전경(前景)으로 위치를 옮기며 무조가 힘을 잃고, 결국 무조는 조성의 작열하는 제스처에 의해 소멸되고 조성만이 남습니다. 이는 하나의 철학을 범사회적⋅범세계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반대 입장의 진영에게 행해지는 폭력이 프로파간다에 의해 영웅적으로 포장되는 행태를 묘사한 것입니다. 겉으로 보면 아름답고 완벽해 보이는 많은 사상, 철학, 종교 그리고 국가의 찬란함의 내면은 대부분 피로 얼룩져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편하고 옳게 여기는 이 모든 것들은 과연 이를 위해 행해졌던 과거의 폭력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 만큼 올바른 것들일까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우리 세대의 몫이 아니고, 저 또한 이 곡에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혼잣말 연작’의 작곡가로써 제가 원하는 것은, 이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에서 비롯된 청중 개개인의 또 다른 ‘혼잣말’입니다.

초연정보

초연일
2022. 2. 9
초연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
정치용
행사명
(제13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행사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행사주관
ARKO한국창작음악제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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