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하고도 명랑한 리코더의 음색은 곧 학창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소리이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 '오징어게임' OST에서도 리코더라는 악기가 가진 정서와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코더 협주곡을 구상하게 된 것은 이 악기가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입에 물어봤던 가장 친숙한 악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유년인, 유년이었던, 유년이 될 모든 이에게 들려주는 ‘기억의 습작’이기도 하다.
리코더는 1960년대 교육현장에서 ‘피리’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고, 1973년 제3차 교육과정에서 국민학교 4학년 음악교과서에 필수 악기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이 곡을 관통하는 선율 모티브는 동요 '기러기'(미국 민요의 아버지 S. Foster가 원곡자)와 민요 '도라지'로, 모두 위 음악교과서에 수록된 곡이다. 특히 '기러기'는 교과서에서 리코더(피리)의 실습곡으로 소개된 중요한 곡이었다. 이와 더불어 해당 교과서 64쪽 실습곡의 리듬 패턴을 재해석하여 감각적인 도입부를 만들어보았다.
이렇듯 리코더가 주는 친근함과 노스탤지어에 국악관현악이 전해주는 전통의 정취를 더하여 보다 다채로운 색채를 표현하고자 이와 같은 협주곡을 구상하였다.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국악관현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한편, 곡 전반에서 경기도당굿, 동해안별신굿, 진도씻김굿의 무속장단을 적극 활용하였으며, 경쾌하고 민첩한 소프라니노 리코더와 목가적이고도 부드러운 음색의 알토 리코더를 교차로 사용하여 음악적 효과를 극대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