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음악

국악 오케스트라와 소리를 위한 “우리음악의 소묘”

작곡가
이만방
작품연도
2004년
카테고리
국악 - 기악 - 합주 - 합주

작품해설

이번 작품은 우리 음악의 무지에 대한 자성과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리를 다루는 일이 음들을 짜 맞추고 다듬으면서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추함만을 추구하는 것이라 여겨왔던 나의 어리석음을 이제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 우리의 음악은 소리의 재료만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실체를 밀고 당기고, 높이고 낮추며, 깊고 얕게 다듬고, 아울러 크게도 하고 작게도 하며, 큰 소리로 외치기도 하고 귓속말로도 속삭이며 생활 속에 녹아있는 우리 삶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 또한 이러한 삶의 이야기는 우리 풍토 속에서 자라와 스스로 자리매김한 소리들의 실체가 아니면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깨우치게 된 점 정말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전통의 틀을 깨는 것이 그렇게 쉬운 작업이 아님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우리 음악에 대한 깨우침의 깊이가 더해 갈수록 소리를 다루기가 어려워진다. 이번의 작업도 결국은 전통이란 틀을 넘어서지 못했다. 아니, 전통에 다가갈수록 그것이 지닌 강한 생명력에 대한 놀라움과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된다. 더더구나 우리의 상서(祥瑞)로운 소리들의 실체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경외심을 갖게 된다.
우리 음악에 대한 드로잉과 스케치인 이 작품은 우리 전통음악에(그것이 정악적인 것이든 민속악적인 것이든) 내재되어 있는 기본적인 실체를 또 다른 형태로 짜 맞추어 보려고 노력한 작품이다. 극심한 대비로 이루어진 소리들의 집합은 음악의 구조적인 것들의 결합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소리들의 미적가치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나타내려 한 것이다. 현재의 나에겐 음악의 모든 재료들의 구조적이며 조직적인 구성은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이 모든 것들의 집합체로 울려 퍼지는 내 몸 깊숙한 곳의 소리를 바르게 적어 내는 것, 그것이 나의 작업이 갖는 바람이다.

"어디에서 어디로 : 작곡가 이만방과의 대화" / 쵀애경, 이만방 / 예솔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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