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음악

녹향송(綠香頌)

작곡가
백병동
작품연도
1998년
카테고리
국악 - 기악 - 합주 - 합주

작품해설

1980년대 초 한국의 작곡계는 '한국적 창작음악', '국적 있는 음악' 이라는 화두(話頭)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때까지의 작품들이 '비 한국적'이며 '국적 불명'의 음악이라는 일부의 독선적 전제하에 제기된 이 논의는 당시의 시대적 당위성으로 인해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다. 그러나 이 논의는 작가의 내면적 필요성이 결여된, 외부의 강요(당위성을 강조한 것 자체만으로도)에 의한 '시대 불명'의 음악을 양산하는 치명적 역기능을 수행하고 말았다. 답습과 모방에 의한 '전통의 외형적 발현'과 그에 따른 '시대성의 상실', '지나친 대중성의 추구'와 그에 따른 '예술적 품격의 상실'이라는 폐해를 남긴 이 공허한 논의는 역설적으로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며 "전통음악의 본질적 특성과 정성의 내면적 발현"을 추구한 그의 작품들을 돋보이게 한다.
"녹향송(錄香頌)"은 '차(茶)로 인해 유발되는 상념(想念)의 세계, 차향(茶香)이 이끄는 환상(幻想)을 소리로 구체화 시킨 '단아(端雅)한 아악풍의 국악 관현악 작품"이다. 전통 아악의 헤테로포니(heterophny)적 구성을 피하면서도 그에 의한 우발적 울림을 화성적 소재로 삼아 지속의 질적 변화를 도모하는 관악기군, 흐름의 완급을 조절하는 음향적 타악기군 (5연음부로 이루어진 리듬 동기가 있으나 리듬적이라기 보다는 음향적이다), 배경과 전경을 넘나드는 현악기군이 작가의 상념(想念)을 담은 에피소드들을 이어간다. 마지막 부분을 이루는 "새야 새야···"의 패러프레이즈......, '차(茶)로 인해 유발되는 상념(想念)'의 귀결점을 이루는 이곳에는 기법이나 양식을 초월한 그의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아악(雅樂)의 음악적 특성과 정취, 더 나아가 전통적 악기서법에 충실함으로써 새로움(시대성)과 친숙함(전통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백병동 연주 현장의 기록 (1974~2000) 서울대학교 서양음악연구소 현대 작곡가 시리즈Ⅰ (음반) - 해설: 전상직 (작곡가, 서울대 강사)

작품해설(영문)

This is an orchestral piece for traditional Korean instruments. 'Contemplation and reflection derived from tea, and fantasy aroused from aroma of tea' are embodied in this refined music in the style of traditional Korean court (ceremonial) music. The chief attraction of this music is, above all, the musical traits and sentiment of Korean court music, and furthermore, the fact that novelty and familiarity are harmonized with each oteher, in conforming to the conventional use of intruments.

(Jun, Sang-Jick (Composer, Lecturer at the Seoul National University) / Translated by Seo, Jeong-Eun (Lecturer at the Seoul National University)

연주정보

연주일
1998. 11. 15
연주
국립국악원 합주단
행사명
98' 차와 우리 음악의 다리 놓기

멀티미디어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