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은 비교적 자유롭게 쓰인 곡이다. 현악 3중주 <락(Rhak)>을 쓴 이후 음악의 내용이 그것을 구성하는 재료(material)들과는 무관하게 만들어 질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관심이 나 자신에게 스스로 일어났었다. 동일한 재료를 어떻게 취급하느냐 보다는 어떠한 마음자세로 쓰느냐에 따라 음악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곡을 쓸 당시의 나에게 일어났던 스스로의 의문점이었다. 다시 말해 작품의 내용은 내적 구조물이나 외적인 형태보다는 음악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는 결론을 갖게 되었다. 즉 음악 이전의 문제가 그 음악을 결정하게 되는 관건이 된다.
현악 3중주 <락(樂)>을 쓴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우리 것과 우리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의문으로 열병을 앓고 있었다. 한국음악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쓰인 것이 한국음악이 될 것인가 등의 원초적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방황하고 있었다.
<락>에 사용된 모든 자료가 지극히 전통적이며 음악의 내면적인 내용도 우리 고래의 생각과 관습에 익숙한 것들로 표현되었지만 과연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우리 음악이라 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내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전통음악의 선율가락과 장단 흥얼거리는 것을 창작품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문에 이어, 20세기 초 서구 작곡가들의 이국적인 제목으로 쓰인 작품들 또한 그 이국적인 나라의 음악이 아닐 것이란 확신에 찬 의문이 동시에 일어났었다. 이어서 치기심이 발동하여, <락>에 쓰인 자료로 전혀 다른 음악적인 작업을 해보자는 호기심이 일어났으며 이러한 결과로 이 3중주를 얻게 되었다.
작업에 임하는 태도에 따라 얼마나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흑과 백, 동과 서, 희로애락의 세계가 한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것을 고생 고생하여 얻게 되었다.
"어디에서 어디로 : 작곡가 이만방과의 대화" / 쵀애경, 이만방 / 예솔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