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구스타프 카유보트(Gustave Cailebotte)의 그림, "Paris Street: Rainy Day(비 오는날, 파리의 거리)"의 영감을 받아 쓴 곡이다. 19세기의 파리를 아름답게 그려 낸 화가로서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그림은 다른 인상주의 작가들의 그림에 비해 덜 인상적인 그림으로 평가되며, 탄탄한 구성미와 정밀한 묘사로 당시 사진 기술의 도움을 받았으리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 작품에서는 그림을 통해 느껴지는 다채로운 심상을 마치 환상곡과 같이 자유롭게 엮었으며, 비 오는 날의 기분 좋은 상쾌함, 왜곡된 원근감에서 느껴지는 기괴함,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처럼 처리한 데에서 느껴지는 모호함, 전면의 두 남녀의 시선에 느껴지는 다소의 쓸쓸함(남성)과 낙천주의(여성) 등이 이 곡에서 중요 주제들로 묘사되었다. 우산이 만들어내는 아치(arch)형의 안정감 있는 구도의 반복은 이 곡의 구성적인 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특징이다.
이 그림은 비 오는 파리 시내를 그리면서도 빗방울은 하나도 그리지 않은 것으로 또한 유명하다. 빗소리는 없이 음악적으로 비 오는 풍경의 그림을 묘사하는 이 작품도 육사한 연상 작용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감상의 재미를 줄 것이라 생각된다.
(2015 창악회 57준년 정기발표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