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음악

드라마틱 소프라노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시곡(詩曲)

작곡가
이영자
작품연도
2007년
카테고리
양악 - 기악 - 협주 - 독주협주
위촉주체
운지회
위촉년도
2007년

작품해설

이 음악은 인성(人聲) (소프라노 또는 테너)과 관현악이 어우르는 서사적 협주곡이다. 1950년의 한국전쟁 중 (6월25일에서 9월 28일까지의)96일 동안 당시 19살이던 내가 철저하게 고립된 채 전쟁의 한복판을 한낱 돌멩이처럼 굴러다니며 삶과 죽음을 넘나들었던 이야기를 담았다. 그 3개월의 암흑과 절망 속에서 생명의 준엄함을 처절하게 일깨웠던 내 젊은 날의 자회상이며 그때 내가 보았던 수 많은 죽은 이들을 위한 진혼의 노래이다.
김남조 시로 세 악장을 구성했으며 제1악장은 96일을 폭풍으로, 제2악장은 오직 살고 싶은 일념의 기도를 네 개의 금관악기로 짧게 그렸으며, 제3악장은 살아남은 목숨의 소중함을 감사로 노래하였다. 전쟁의 참담함을 모르는 오늘의 세대에 삶의 존귀함을 이 음악으로 전하고 싶다.
1. "다시 한 번 너의 목가, 내 그리운 요람의 노래를" 중에서(김남조 시)
폭풍이 온다
목숨은 모두 아무렇게나 내 던지운
한 장의 점괘
지축은 처절한 오한
또 무참한 진통
아무래도 지구가 풍선처럼 찢어져
죽을것만 같구나

포성이 하늘을 뚫어 놓았다
석류알처럼 흩어지는 아픈 살점들
여기 죽엄이란 이름의
분주한 쓰임이 있고
사람이 부른
전쟁의 야망이 있느니...

불길이 몰린다
무엇이라도 삼키는 불송이들이
파도마냥 밀려 드는구나

2. 목숨
아직 목숨을 목숨이라고 할 수 있는가
꼭 눈을 뽑힌 것처럼 불쌍한
산과 가축과 신작로와 정든 장독까지

누구 가랑잎 아닌 사람이 없고
누구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는
불붙은 서울에서
금방 오무려 연꽃처럼 죽어갈 지구를 붙잡고
살면서 배운 가장 욕심없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반만년 유구한 세월에
가슴 틀어막고
메아미처럼 목 태우다 끝내 헛되이 숨저간
이건 그 모두 하늘이 내인 선천의 벌족 이드라도
돌멩이처럼
어느 산야에고 굴러
그래도 죽지만 않는
그러한 목숨이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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