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음악

포구(浦口)

작곡가
백병동
작품연도
1986년
카테고리
양악 - 기악 - 합주 - 관현악합주

작품해설

83년도의 ‘산수도’이래 3년만의 관현악작품이다. 80년경부터 평이한 어법으로 바뀌기 시작한 나의 양식변화가 이 곡에서도 그대로 이어받아져있다. 기법의 노예에서 벗어나 본래의 소리를 되찾자는 의도이지만 이것이 기법의 후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부산시향의 위촉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되도록 부산의 풍물을 표현해 보려고 하였다. 작년 여름방학 때 학생들과 함께 부산에 간적이 있었다. 난생처음인 부산 방문은 나에게 새로운 인상을 많이 심어주었다. 시즌을 맞기 직전의 바다는 우글거리는 인파도 없고 바다 본연의 모습을 들어내 주었다. 아침바다, 꾸물거리며 밀려 들어오는 파도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아우성이다. 햇살이 물들기 시작하면 포구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어선들의 입출항과 활기찬 바다의 모습은 바로 부산의 얼굴을 그대로 보여준다. 밤, 적막이 찾아드는 바다의 고도, 낮의 활기찬 모습은 씻은 듯 사라지고 칠흙같은 수면 넘어로 무한의 우주공간을 펼친다. 이러한 상념이 이 작품의 중심악상이다. 물론, 묘사음악은 아니고 자연현상을 그려낸 것도 아니지만 이러한 상념이 난의 악상을 유발시켰으니 얼마간의 묘사성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작은 곡을 부산시민에게 바친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제189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 1986년05월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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