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연극의 호흡’
연극에 있어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의외로 인식이 덜 되어있는 듯하다. 이는 직업 연극인쪽이 더 심해서 창작극 공연에 있어서까지 음악을 작곡해서 붙이질 않고 흔해빠진 유명한 명곡들이 배경으로 깔리곤 해서 고소(苦笑)를 금치 못하던 적이 더러 있었다. 평소에 연극음악에 대해서 관심은 있었던 터여서 무대를 대할 때는 항상 음악쪽에 관심이 기울어지는 버릇을 어쩌는 수 없다.
이번에 김 시인의 ‘이화부부(異化夫婦)’를 공연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선 구미가 당겼던 탓으로 서슴치 않고 음악을 만들어주기로 자청하고 나섰던 게 잘못이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임을 절실히 느낀 것이다. 음악만으로 구상되는 것이 아니고 단편적인 악상으로 연극의 호흡에 맞추어야 되기 때문에 무대를 모르는 나로서는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베테랑을 망라한 스테프들 사이에 끼어서 망신이나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아니 음악이 망신하는거야 상관없지, 음악 때문에 극 자체에 망신을 끼칠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이화부부’는 문외한의 눈으로 보아도 심리적인 묘사가 앞서는 특이한 작품이어서 단순한 효과적인 음악으로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그래서 장면의 분위기 묘사보다는 소리가 갖는 음향의 감각적인 자극성에 중점을 두었다. 어느정도의 성과를 보일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미지수이다. 또 한가지의 애로는 실연(実演)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녹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서 의도대로 소리가 나와주질 않는 점은 퍽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재생장치가 그다지 만족스러운 것이 아닌것도 고려되어야 할 점이다.
연극에서의 음악이 한낮 들러리 구실밖에 못하여왔다는 것은 연극을 위해서느 음악을 위해서나 슬픈일이 아닐 수 없다. 밀도있는 음악으로 연극과 호흡을 같이하는 종합화된 무대를 꾸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화부부’프로그램 | 1977년04월22일~05월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