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금희의 단편 <보통의 시절>의 등장인물들은 아주 심각한 문제일 수 있는 것에 대해 외면하거나, 무감각하거나, 애써 <그저 그런> 보통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화가 치밀>거나 그러다 그것이 다시 또 홀연히 사라지거나 하면서 각자의 위로 속으로 빠져드는, 그런 현대의 <보통의 삶>. 거기서 파생되는 부유하는 유머와 애써 가까스로 붙잡고 있는 허무의 경계를 흔들리며 소설은 그저 어느 한 순간을 지나간다. 필연적으로 순간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 순간에 어떤 맥락도 존재하지 않는, 부조리극과 같은 일상을 담담한 듯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에 순간적인 음조직의 체인과 같은 구조를 구상하였다. 전체적인 통일성을 위해 기조가 되는 조각을 지정하였으나, 음향의 면에서 완전히 비연속적인 흐름이 단지 제스처의 형태로 엮여진다. 전체적인 음향은 6개 정도의 베이스를 갖는데, 이 중 하나는 매우 이질적인 사운드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발전하는 형태의 음형이 아닌 얽히고 순간 사라지는 형태의 음형이 반복적이되 비연속적으로 나타나며, 마치 체인이 서로 엮이듯이 나름의 존재를 피로한 후 사라진다.
(2018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Ⅴ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