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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 속에서 만날 것만 같은 정령들을 상상하며 감상해보세요!
Imagine that you are walking among trees in a deep forest and will come across nymphs at any moment!
관현악곡에서 각 악기의 대위법적 진행으로 국악기의 특색이 잘 드러나며, 부분적으로 실내악적 효과와 여백의 미가 좋습니다. (이귀숙)
<관현악을 위한 '뫼△ㅏ리' (글 : 음악평론가 송현민)>
북한산에서의 추억
북한산 자락에서 자란 작곡가는 성장하여, 어린 시절 받았던 산의 느낌을 오선보에 담는다. 국악 관현악을 위한 '뫼△ㅏ리' 는 이렇게 태어난 곡이다.
“관현악 작품 중에 숲과 산을 표현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제가 들은 곡들은 대부분 멀리서도 보이 는 웅장한 산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숲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숲에 들어간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촉감과 기온,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바람 소리를 표현하고 자 했죠.” '뫼△ㅏ리'는 최지운의 첫 번째 관현악 작품이다.
중주로 빚은 관현악
하나의 악기 파트가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 것이 이 곡의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대금은 제1파 트와 제2파트로 나눠져 있다. 피리, 가야금, 해금, 대아쟁, 거문고도 마찬가지다. 각 파트별로 2중 주 구조를 갖춘 셈이다. 관현악곡들은 대부분 하나의 파트가 하나의 선율을 담당하는 곡들이 많은데, 이에 비하면 좀 독특한 구조이다.
국악이나 서양악이나 동종악기로 구성된 중주는 그 악기만의 공통점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하나 의 소리만 나올 때 관객은 지루해할 수가 있다. 그래서 작곡가는 공통점에 골몰하면서도 소리들 의 차이를 빚어내기도 한다. 그 차이의 구조물이 잘 형성되었을 때에 중주는 입체적인 음향 구조 를 형성한다.
첫 관현악곡인 '뫼△ㅏ리'를 쓰기 전, 최지운이 즐겨 사용한 구성은 이러한 중주 구성들이다. 거문 고 4중주, 대금 4중주, 피리 4중주 등. 그는 그간 행해온 중주곡 짓기의 방식을 '뫼△ㅏ리'에 녹여 넣었다. 따라서 이 곡은 한 편의 관현악이자, 여러 중주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우리는 산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나무들이 모여 작은 숲을 이루고, 그 숲이 모여 거대한 산을 형성하는 것처럼.
숲 밖에서 숲 속으로
최지운에게 국악관현악은 어린 시절 숲에서 만난 여러 나무와 그 느낌을 표현하기에 제격이었다. “국악관현악은 악기의 가짓수가 많아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표현의 폭이 넓고 다양 한 색채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도구였습니다. E플랫 평조로 진행되는 선율의 배경 으로 D플랫과 A플랫을 섞어 보는 화성적 실험도 해보았고요. 이 역시 관현악이었기에 가능 했습니다.”
'뫼△ㅏ리'는 A-B-C-A’-B’의 구조로 되어 있다. 도입부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소리의 붓이 지나간 자리에는 산맥과 강줄기가 펼쳐진다. 최지운은 그 산으로 청자(관객)를 들여보낸다. 따라서 관객도 전지적 시점으로 숲의 외관을 보다가, 관찰자 시점을 갖추어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숲 속으로 난 길을 걷는 자는 나무를 한 그루씩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느낌처럼 작곡가는 관객 이 악기 하나하나를 대면하고 마주할 수 있도록, 악기들의 소리를 올올히 살려놓았다. 그래서 악기들은 한꺼번에 산책자(관객)에게 달려들지 않는다. 그리고 국악기의 소리들도 각각 캐릭터 화되어 있어 숲의 느낌을 생동감 있게 제공한다. “예를 들어, 악기들이 2도 간격을 놓고 두 음을 반복하는 것은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이거나 새소 리들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숲의 침묵을 깨는 동물들의 움직임처럼 때로는 해금이나 거문고가 관현악의 숲에서 툭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공간감도 뛰어나다. 예를 들어 대피리, 징, 아쟁이 함께 하는 대목에서는 숲 속의 거대한 나무들이 선사하는 그늘 속의 서늘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부분들의 중첩
최지운은 '뫼△ㅏ리'를 작곡하면서 드뷔시(1862~1918)와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두 작곡가 모두 큰 그림을 그리면서 동시에 그 속의 아기자기한 효과들 을 많이 담은 작품들을 지었다. 특히 드뷔시의 <바다>는 거대한 바다풍경은 물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물결의 섬세한 움직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최지운은 다음 작품이 협주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작품 역시 '뫼△ㅏ리'처럼 여러 악 기들의 중주를 엮는 관현악법을 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분들의 중첩을 통해 전체를 그리는 방식이 앞으로 그만의 작곡기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