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梅化本瑩然(매화본영연) 매화는 본래부터 밝은데
映月疑成水(영월의성수) 달빛에 비치니 물결을 이룬 듯 하구나
霜雪助素艶(상설조소염) 서리 눈에 흰 살결이 더욱 어여뻐
淸寒澈人髓(청한철인수)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對此洗靈臺(대차세령대) 매화꽃 마주보며 마음 씻으니
今宵無點滓(금소무점재) 오늘 밤엔 한 점의 찌꺼기 없네
梅化本瑩然(maehwa bonyeongyeon) Maehwa has always remained bright
映月疑成水(yeongwol uiseongsu) The flowers seem to form a big sea of waves bathed in the moonlight
霜雪助素艶(sangseol josoyeom) Their white flesh appears even more beautiful covered with white frost
淸寒澈人髓(cheonghan cheorinsu) The clean, chilly air permeates into the bones
對此洗靈臺(daecha seryeongdae) As I come face to face with the flowers and purify my mind
今宵無點滓(geumso mujeomjae) No residue is left behind tonight
매화의 향기를 머금은 달빛을 그려보시길-!
Envision moonlight seeped in the fragrance of maehwa.
현대적인 이미지, 그리고 관현악과 어떻게 긴장관계를 맞춰야 할지 작곡가가 잘 알고 있습니다. (심사위원 류형선)
여성정가의 시어적 정서를 잘 표현하였으며,
국악관현악의 여백의 미와 한국적 색감이 잘 어우러집니다. (심사위원 김철호)
<정가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매초명월’ (글 : 음악평론가 송현민)>
다시 태어난 <매초명월>
올해 초에 이 곡이 초연되었을 때, 작품의 형식은 정가와 서양 오케스트라를 위한 것이었다. 가야 금, 거문고, 대금소금, 생황, 피리, 해금, 아쟁, 타악기는 서양 오케스트라의 일부를 차지하여 배합 관현악을 형성했다. 이후 <매초명월>은 정가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작곡가에게는 첫 국악관현악 작품이다.
아창제를 위해 작품의 옷을 바꿔 입히는 과정은 곡을 새로 짓는 것과도 맞먹었다. 머릿속에 그려 보는 상상의 그림과 현실의 소리가 잘 맞지 않았을 때도 있었다. 작곡가는 하나하나 바꾸어 나갔다. 정가풍의 분위기를 가미하기 위해 정악가야금을 추가해보기도 했고, 잔잔한 양금 소리를 곁들이기도 했다. 관현악의 군집적인 소리에서 중저음의 빈틈이 보였을 적에는 첼로와 더블베이 스를 추가하여 저음의 소릿살을 두텁게 하기도 했다. 홍수미는 “이 과정을 즐겼다”고 한다.
매화‘향’과 음‘향’
시는 홍수미에게 있어서 중요한 소재이자 영감의 시작점이다. 처음에는 이 작품을 위해 선비들의 화제를 뒤져 보았다고 한다. 화제란 그림 위에 쓰는 시문(詩文)이다. 그러던 중 율곡 시에 담긴 매화향이 그녀의 마음을 잡아끌었고, 작품 속의 가사이자 작품을 낳는 상상의 원천이 되었다. 그렇게 시구 속 매화‘향’이 홍수미의 음‘향’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여성정가가 함께 하기 때문에 특정 가곡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을듯 하다. 하지만 전통음악보다는 여성정가를 사용한 오늘날의 관현악 작품과 그 기법을 오랜 시간 연구했다고 한다.
초장
‘매화는 본래부터 밝은데’라는 첫 구절로 들어가기까지, 곡의 도입부는 제법 길다. 가야금과 거문 고가 밤의 노래를 부르면 본격적으로 가객의 노래가 시작된다. 가객이 흘리는 모음은 작품의 두 번째 도입부이자 시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본격적인 도입부이다. 가객의 소리는 잔잔하게 흐르는 관현악의 음향 위로 여유롭게 부유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지속된 다면 소리의 드라마는 없을 것이다. 가지런히 걷는 가객의 목소리를 여러 악기들이 건드리기도 한다. 매화가 바람에 흔들리는 순간처럼. ‘달빛에 비치니 물결을 이룬 듯 하구나’ 중 ‘하구나!’라는 감탄사는 고조된 관현악과 맞물려 문자 속의 울림을 더욱 강화시키기도 한다.
중장
이어 중간부가 진행된다. ‘서리 눈에 흰 살결이 더욱 어여뻐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스타카 토로 진행되는 국악기들의 점묘( 點 描 )는 마치 서리 눈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 차디찬 기운은 선비의 절개를 떠오르게 한다.
“매화라는 상징은 자신에게 엄습하는 나태함을 물리치고, 자기 반성을 위한 거울과도 같은 존재 입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뼈에 스민다’는 가사처럼 냉철해야 하고요.”
종장과 긴장감
중간부를 지나 후반부로 갈수록 노래와 가사(‘매화꽃 마주보며 마음 씻으니 오늘 밤엔 한 점의 찌꺼기 없네’)는 선비에게 지조와 절개를 되새길 것을 명한다.
서양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원곡의 후반부는 조용한 분위기로 마무리 되며, 한껏 고조된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혔다. 정가 특유의 아정한 맛을 살린 것이었다.
하지만 초연과 달리 이번 작품의 종결부에는 긴장감의 옷을 입혔다. 냉철한 자세를 유지하며 되새긴 지조와 절개는 수평적으로 흩어지거나 가라앉는 음보다 긴장감을 머금은 꼿꼿한 소리와 보다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맑은, 양금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남성 정가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홍수미도 이를 놓고 여러 번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방점을 찍은 것은 여성 정가 특유의 ‘맑은 느낌’ 이었다. 이 맑은 기운을 양금 소리가 잘 대변한다. 이 악기는 원곡에 없었는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양금의 한 대의 영향력이 굉장히 큽니다. 이 소리로 하여금 시에서 느낄 수 있는 맑은 기운이 한층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적에 홍수미가 정가를 특화한 관현악곡을 지속적으로 작곡했으면 좋겠 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녀도 “정가와 다른 형태의 조합을 더 궁리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