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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칼리아에는 끊임없이 반복하여 등장하는 선율이 있습니다. 그 선율을 귀로 찾아보고 다른 음악적 요소들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살펴보면 재미있을 거예요!
There is a repeated pattern in passacaglia. While listening, try to discover the pattern and see how it creates musical sounds together with other musical ele- ments!
곡의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표현하였습니다.(백영은)
기존의 양식적 틀을 바탕으로 작품을 안정적으로 구축해 나갔습니다.(최우정)
<‘PASSACAGLIA’ for Orchestra(글 : 음악평론가 송주호)>
늘 신선하게, 늘 반갑게
음악은 들음에서 나며
음악 작품은 어느 지점에서 실존적인 가치를 얻을까? 작곡가가 작품을 완성할 때일까, 연주자가 작품을 연주할 때일까, 아니면 감상자가 음악을 청취할 때일까? 물론 이 모든 것이 합력하여야 음악 작품이 이루어지고 생명력을 얻게 되지만, 옛 춘주시대 거문고 명인이 자신의 음악을 듣고 즐거워했던 친구가 세상을 떠나자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다는 ‘백아절현’(伯牙絶絃)의 고사를 생각하면, 특히 감상자의 청취에 주목하게 된다. 오늘날 지난 세기의 현대음악이 망각의 위기에 놓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작곡 방법의 측면 에 집중하여 작품이 완성되는 시점에 가치를 두다보니, 연주자와 감상자가 소외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쇤베르크가 ‘사적연주협회’을 만들어 감상자를 배제시키고 연주자가 오랫동안 누려온 창작의 권리를 축소시킨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 결과 그들의 작품은 마치 실험 실의 시약과 같아서, 연구자들과 학생에게 악보로 읽히고 녹음으로 청취될 뿐이다. 물론 이러한 음악이 음악사에서 지극히 중요한 위치에 있고, 우리시대의 음악에 대단한 큰 영향을 주었으며, 필자와 같이 즐기는 감상자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감상자 들과의 거리는 요원하다.
이후 ‘시트 뮤직’(sheet music)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까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 지 않았다. 음악은 듣기 위해 존재한다는 특별할 것 없는 명제가 음악사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여기에는 배음과 음색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있으며, 최근 수십 년의 음악은 음색에 대한 탐구 과정이라고 할 정도로 ‘어떻게 들릴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한스 첸더가 자신의 작품에 <듣기 위한 음악>(1998)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이러한 시대정신의 발로였다.
청중을 졸리게 하지 말자
작곡가 조진옥 또한 ‘듣기 위한 음악’을 지향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가치관 중 하나가 ‘청중을 졸 리게 하지 말자’입니다.” 그렇다면 청중이 졸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호기심’에 무게중심을 둔다. 음색의 변화 등 여러 장치를 통해 청중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며, “끊임없이 청중 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적절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여 (호기심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그의 방법이다. 그의 실내악 시리즈인 ‘Blue Vibes’는 이러한 특징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목관과 현악, 건반의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악기들을 편성함으로써 악기들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지속적인 음색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또한 한국의 전통 민요와 블루스 음악을 절묘하게 섞음으로써, 민요의 선적인 흐름 블루스의 당김음 리듬, 그리고 농현과 블루노트 사이를 밀고 당기는 긴장된 흐름이 외줄타기를 하듯 시종일관 감상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재 소리를 녹음 한 후 변조하여 만드는 구체음악 작품인
그리고 이 주제는 전곡에 걸쳐 열두 번 음높이를 바꾸고, 이를 세 번 반복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작곡자는 감상자가 받을 느낌을 잊지 않는다. “이 반복되는 선율이 늘 신선하 게, 반갑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 작곡가가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악기의 조합으로 음색의 변화를 만들고, 박자와 빠르기를 변화시키며, 수직적 혹은 수평적 구성을 다양하게 조합하고 변화시킴으로써, 주제가 “늘 다른 환경 속에서 등장”하도록 했다.
여기서 음악적 환경을 결정하는 기준은 작곡자의 ‘직관’이다. 전체 의 틀은 이성적으로 설계하고 그 안은 직관으로 채우는 구성 원리를 작곡자는 “이성적 구조 아래 직관적 서술”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일종의 탈출구가 된다. ‘베베른’ 과 ‘파사칼리아’라는 키워드로 머리를 싸맬 필요 없이, 반복과 변화, 그리고 긴장과 이완의 구조 속에 서술된 다양한 느낌의 흐름을 느끼고 소리의 유희를 즐기자!
느낌을 느끼기
그런 점에서, 조진옥의 첫 관현악 작품인 <파사칼리아>는 이러한 그의 음악세계를 대변하는 대표작이 될 것이다. 고전 형식인 ‘파사칼리아’는 일종의 변주곡으로서, 그 자체가 긴장과 이완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변화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특기할 점은 이 곡이 안톤 베베른의 <파사칼리아, Op. 1>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베른의 Op. 1이 쇤베르 크의 문하생 신분으로부터의 졸업 작품과 같은 의미로 알려져 있는데, 유사한 맥락에서 저한 테는 오케스트라 작품의 첫 발을 떼는 그런 의미가 아울러 있습니다.” 짧은 서주가 연주된 후, 베베른의 주제를 연상시키는 더블베이스의 피치카토와 하프로 여섯 음의 주제 선율(C-F#- B♭-E-A-D: 작곡자는 이 음정이 배음렬에 의해 선택된 것이라고 밝혔다.)이 제시된다. 그리고 동시에 이 주제를 플루트, 첼로, 트럼펫, 클라리넷, 오보에, 호른의 순서로 한 음씩 연주한다. 이것 역시 ‘점묘법’이라고도 불리는 베베른의 음색작곡기법을 연상시키며, 음색에 대한 그의 관심이 반영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