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음악

피아노 협주곡 "숨"

작곡가
한정임
작품연도
0년
카테고리
양악 - 기악 - 협주 - 독주협주

작품해설

뒤를 돌아보니 떠나온 자리가 보이질 않는다. 어느새 참 많이도 왔다. 이런 저런 시간들이 그리워질 줄 몰랐으므로 남겨놓은 것도 없는데 나이 들어 새삼 나 살던 곳이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길 끝이 보이기 때문이리라. 열심스럽지는 못했으나 내가 몸 얹어 살았던 이 땅에서 꾸준히 음표를 심으며 살아왔으니, 5선지를 천으로 삼고, 음표를 바늘로 삼아, 이런 저런 생각들을 수놓아보았다. ‘숨’은 2악장으로 되어있으며 I악장 애(哀):어린시절 가장 즐겼던 고무줄놀이를 회상하는 가볍고 짧은 Intro에 이어, 비비안나 주제와 정선아리랑의 두 주제가 맞물리며 아직도 아픈, 완전한 헤어짐을 노래하고 있다. 비비안나 는 모든 기억을 잃어가며 뇌종양으로 먼저 간 동생의 세례명이다. II악장 맥(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고 가는 경이로운 생명들... ‘이어짐’을 노래한다. 강원도, 경기 도, 밀양. 우리의 3대 아리랑을 이 모양 저 모양 잘라내어 3색으로 바느질하여 이어보았다 어느 부분은 힘이 있고, 어느 부분은 장난스럽고, 어느 부분은 숙연해지기도 한다. 8회 아창제에서 발표된 ‘아라리’ 1악장에 이어 ‘SUM’의 I악장을 ‘아라리’ 2악장으로, II악장을 ‘아라리’ 3악장으로하여 피아노 협주곡 -아라리-를 3악장으로 마무리한다.

작품해설(영문)

Unable to find the place I had left while looking back, I traveled far without a full realization of what was left behind. Not knowing I would miss all those lost moments, I did not leave much behind. I do, however, remember the particular beauty of the places where I lived in my youth because I can now see the end of the road. Perhaps I was not enthusiastic enough, but I have never been complacent about planting musical seeds across this land. I have been embroi- dering music with notes on staves all my life.


SUM consists of two movements:

1st movement “Grief”: This movement begins with an intro reminiscent of the composer’s memories of playing with rubber strings as a child, one of her favorites, followed by the theme of Vivianna, the baptismal name of the composer’s little sister who suffered from amnesia due to a brain tumor and passed away, together with the theme from Jeongseon Arirang, as it transforms into a sad tune about an eternal parting.


2nd movement “Pulse”: Yet life, in all its wonder, comes and goes, singing of continuity. I create a patchwork of three major Arirangs from Gangwon, Gyeonggi, and Miryang, in three different colors, trying to create a composition that is alternately powerful, playful, and solemn.


Following the 1st movement of “Arari” (meaning “Arirang” in a local dialect) that was performed at the 8th ARKO Contemporary Orchestra Music Festival, are the 1st and 2nd movements of SUM, which have become the 2nd and 3rd movements of “Arari”, respectively.

감상포인트

음악속에 있는 3대 아리랑을 느껴보세요!

Listen and uncover the three major Arirang tunes in the composition!

작품평

한국적 색채를 잘 살리려 노력하였으며,

작품의 의도에 맞는 적절한 곡 구성이 돋보입니다. (정치용)


국악적 선율과 색채를 오케스트라에 잘 녹아들게 하였으며

클라이맥스를 잘 이끌어내었습니다. (윤현진)


<우리가 사는 이야기(글 : 음악평론가 송주호)>

‘좋은 음악’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이며, 또한 감동을 주는 음악일까? 혹자는 완벽한 형식에서 찾고, 혹자는 최상의 기교에서 찾으며, 혹자는 아름다움, 사회성, 새로움 등에서 그 근원을 찾으려 애쓴다. 이 중에 무엇이 답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대상에 대해 호감을 느끼는 요소가 사회에 따라 다 른 것처럼, 그 음악가가 처한 환경과 음악이 연주되는 장소, 그리고 시대 등 다양한 환경적 요소 에 따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문이 떠오를 수 있다. 혹시 이 모두를 아우르는 궁극의 가치가 있지는 않을까?영국의 저명한 음악학자인 니콜라 스 쿡은 ‘Music’이라는 책에서 ‘진정성’(authenticity)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음악은 진정해야 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음악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음악가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또한 세련되고 참신한 표현 기법을 부단히 익히고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직접 느낀 것을 솔직하게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진정성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혹자는 완벽한 형식을, 혹자는 최상의 기교를, 혹자는 아름다움, 사회성, 새로움 등을 그의 음악에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되며, 그 안에 깃들어있는 진정성이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켜 감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삶의 음악

작곡가 한정임의 음악에는 이러한 진정성으로 가득하다. 최신의 서양음악을 공부하고 이에 따라 곡을 쓰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잘 말할 수 있는 언어를 택한 데에 그 시작점 이 있다. “나는 일기를 쓰듯 곡을 씁니다. 일기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나를 나에게 보여주고, 내가 알아듣는 언어를 선택하여 나를 움직여야하지요.” 그 언어는 그의 작품들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까투리 타령>, <나팔꽃 웃음>, <도깨비 방앗간> 등 어린이를 위한 곡에서는 익숙한 멜로디나 음악적 즐거움을 노래하고, <오, 사랑하는 님이여>, <부부회상>, <가을 냄새>, 등 합창곡에서는 중후한 화음의 매력을 추구하며, <되돌아서서>, <물푸레 나무가 있는 강가에서>, <장미의 유혹>, <팔색조> 등의 가곡에서는 100년 동안 이어져 온 한국 가곡의 서정을 가득 담아낸다. 반면에 관현악곡에서는 보다 복잡한 구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가 자신의 언어에 대해 언급한 “후기 낭만, 초기 현대 쯤”이 여기에 특히 부합한다. 2017년 1월 아창제에서 발표한 피아노 협주곡 <아라리>는, 작곡가의 해설에 따르면, 주선율로 사용한 정선 아리랑을 몇 개의 작은 조각으로 자르고, 모방, 반복, 변형의 서구적 발전 기법을 적용했다. 그러면 서도 화성의 3음을 빼거나 부가음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한국음악의 색채를 만드는 데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음악적 장치를 결합함으로써 ‘서양음악을 공부한 한국작곡가’로서의 모습을 오롯이 드러낸다. 그런데 이 곡의 제목을 ‘아리랑’의 강원도 현지어인 ‘아라리’로 하고 정선 아리랑을 주선율로 사용한 것은 작곡자의 삶과 연관되어있다. 외할머니가 즐겨 부르던 노래, 그 래서 지금도 귓가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가락! 이 가락으로 오페라 <아리 아리랑>(2013)까지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정선 아리랑이 곧 그녀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것이 작곡가 한정임의 작품이 갖는 진정성이다. 그러하 기에 그의 작품은 허물없이 감상자에게 다가가며, 감상자는 음악에 담겨있는 서정에 공감하게 된다.


이제 듣게 될 이야기

오늘 초연되는 피아노 협주곡 <숨> 또한 작곡가 한정임을 이야기한다. (이 곡은 2년 전에 초연된 <아라리>의 2, 3악장이기도 하고, 두 악장을 가진 독립된 협주곡이기도 하다.) 우선 두 악장 중 첫 악장 ‘애’( 哀 )는 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자신과 또 다른 인물 비비안나가 등장한다. 비비안나는 세상을 먼저 떠난 동생으로, 어린 시절 함께 고무줄 놀이를 했던 추억을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이 때 함께 연주되는 탬버린은 작곡자가 시골에서 학교 다니던 시절 가장 갖고 싶었던 악기로, 고무줄놀이와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징한 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 그녀의 죽음을 추념한다. 이 부분에서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음 을 나타내는 정선 아리랑 주제와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을 그린 비비안나의 주제가 대화하 며 진행한다. 아리랑이 이별을 상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곡자는 아리랑에 인간의 희로 애락이 녹아있다고 말한다. 즉, 아리랑은 현실에서의 삶이며, 만남과 이별, 탄생과 죽음이 있는 인간의 숙명인 것이다. 그래서 아리랑의 연결은 생명과 세대의 연결로 확장된다. “어떤 아픔과도 무관히 흘러가는 시간,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작은 땅에서도 오고 가는 무수한 생명 들에 대한 경이로움을 아리랑에 녹아있는 희로애락으로 이어봤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악장 ‘맥’(脈)의 주제로, 여러 지역의 아리랑을 발전시키고 연결함으로써 “혈맥의 이어짐”을 노래한다. 그리고 ‘허이’라는 세 번의 외침은 맥의 흐름에 강렬한 삶의 에너지를 주입한다. 이 음악은 작곡자의 이야기지만, 음악을 듣는 여러분 각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곡에 반응하고 공감한다면, 인류의 큰 흐름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 이렇게 공감을 상상으로 확장시키는 정신적 작용을 통해, 감상자도 감상에 진정성을 더하게 된다.

초연정보

초연일
2019. 2. 10
초연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
KBS 교향악단
협연
임효선 (피아노)
지휘
윤현진
행사명
제 10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행사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행사주관
ARKO 한국창작음악회 추진위원회 (아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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