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음악

나비효과 Ⅱ

작곡가
조우성
카테고리
양악 - 기악 - 합주 - 관현악합주

작품해설

“브라질에 있는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 Edward Norton Lorenz-

이 곡은 텍스트를 읽고 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의 대표적인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작곡 되었다. 나비효과와 관련된 내용 중 “미세한 변화가 아주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나비효과 의 이론 중 초기 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의 ‘민감성’ 이라는 부분과, 카오스 이론 중 ‘외관상으 로 보기에는 무작위하게 보이는 것들도 그것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법칙이 존재 한다’는 내용 은 내가 이 곡을 작곡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소리를 찾고 만들어 가는 것에 중요한 아이디어와 음악적 요소가 되었다.

작품해설(영문)

“The flap of wings of a butterfly in Brazil might ultimately cause a tornado in Texas” stated Edward Norton Lorenz.

With several images emerging right into my mind as I cite this phrase, I composed Butterfly Effect II for Orchestra.

In fact, there were two great ideas that inspired me. One is the Butterfly Effect, the idea that “a subtle change can lead to a life-altering change,” which connotes ‘the sensitive dependence on initial conditions.’ The other is the Chaos Theory, which describes a con- dition that is ‘seemingly random, but with a law that governs its movement.' These two served as important ideas and musical elements that guided me through my journey ex- ploring and creating new sounds.

감상포인트

Edward Norton Lorenz의 '브라질에서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를 떠올리며 들어보세요!

Just think of the phrase, “the flap of wings of a butterfly in Brazil might ultimately cause a tornado in Texas” by Edward Norton Lorenz, when listening to the composition.

작품평

투명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이며,

부분적으로 예기치 않은 요소의 도입이 흥미롭습니다. (최우정)


단순한 컨셉을 좋은 틀 안에 매우 짜임새 있게 녹여낸 작품입니다. (최수열)


<철학, 음악, 그리고 삶(글 : 음악평론가 송주호)>

철학과 음악

르네상스 이후 사회의 가치와 인간의 삶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의 바탕에는 인문주의가 부각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철학의 발전에 있다. 17세기 초엽에 활동했던 철학자 데카르트 가 남긴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신과 절대적 진리에서 벗어나 ‘나’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당시의 철학 혁명을 상징한다. 생각을 가둬두는 틀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후 철학은 매우 유연하게 변화하고 한계 없는 발전이 가능했다. 미학이 탄생 하고 정신분석학이 세상을 뒤집어놓으며, 문화인류학이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게 된 것에는 이러 한 배경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신선한 사고와 색다른 철학이 미래사회의 중심 가치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이 예술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물론이다. 19세기에 한슬 리크와 같은 비평가가 음악의 아름다움은 형식에 있음을 논증하고 브람스를 높이 평가한 것은, 그에 동조하던 하지 않던, 철학이 예술의 잣대가 되며 예술이 가야할 길을 이끌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음악가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철학에 관심을 가졌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는 니체의 철학서 ‘차라투슈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음악으로 표현했으며, 부소니는 오페라 <파 우스트>에 니체의 초인 사상을 더했다. 스크리아빈은 말년에 도취된 신비주의를 <최후의 신비> 로 풀어냈으며, 존 케이지는 자신의 많은 작품에 동양의 선(禪) 사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공’(空) 혹은 ‘무’(無)의 개념을 반영했다.

예술은 남다른 감각과 뛰어난 능력으로 우리의 정신을 자극함으로써 일상 묻혀 깨닫지 못하는 것 들을 알게 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부여받다. 이러한 생각의 음악화는 오늘날 음악의 특징이자, 음악 본연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작은 날갯짓에 관심을

그렇기에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하는 작곡가 조우성의 <나비효과 II>(2018)에 주목하게 된다. 이 작품이 표현하는 생각은 “브라질에 있는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와, 임의적이고 불규칙하게 보이는 것들에도 법칙이 존재한다는 ‘카오스 이론’이다. 그는 이미 더블베이스 독주곡인 <나비효과>(2011)를 쓴 적이 있다. 작곡자는 이 곡이 “백색 소음부터 다양한 배음과 음색들”까지, 연주법에 “미세하게 변화를 줌으로써 다양한 새로운 음과 음색의 소리들을 표현”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주법에 따른 음색의 변화와 조화는 그의 오랜 관심사였다. 실내악곡인 ‘As_ation’ 시리즈는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작품들이며, 두 대의 첼로 를 위한 <환상>은 드러나 있는 소리와 숨어있는 소리가 미세한 차이로 격렬하게 부딪히며 환각 에 빠진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조우성의 음악세계는 오늘 초연될 <나비효과 II>에서 도 유효하다. “전통적인 연주기법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주 기법들을 사용하면서 미세한 변화를 통한 숨어있는 다양한 소리들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미세한 변화의 시작에는 날갯짓이 있다. 음악이 시작되면 태초의 카오스를 연상시키는 정적이고 어스름한 분위기에서 하프가 C-G♭-E-B-F의 빠른 펼친화음으로 첫 날갯짓을 한다. 이 진동의 영향으로 관현악에 악기와 음들이 추가되고 음색의 변화가 나타난다. 음악 진행 도중에도 여러 악기들이 날갯짓을 일으키는데, 특히 하프가 나비의 상징으로서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음색을 변화시키는 미세한 주법을 사용한다. 곡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탐탐(큰 징) 을 여러 위치를 두드려 미세하게 다른 소리를 만들고, 팀파니 연주자가 손가락 심벌즈를 치고 좌우로 움직이며, 현악기가 활의 위치와 현을 누르는 압력을 다르게 하는 등, 그 종류는 다양 하다. 여기서 발생하는 음색의 변화는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귀를 쫑긋 새워야 한다.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프, 탐탐, 팀파니, 현악기 등 주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따라 부지런히 눈을 움직여서 구석구석에서 등장하는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보 자. 비브라토도 미세한 주법 중 하나이다. 악보에는 비브라토의 유무와 글리산도와의 결합 등 이 세밀하게 지시되어 있는데, 이것이 음색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지 주목해보자. 그리고 반음 사이의 음, 즉 미분음도 힘을 더한다. 미분음은 완벽하고 순수한 화음을 만들기도 하고, 조율이 잘못된 듯한 불편함을 일으키기도 한다. 만약 음들의 낯선 조화를 느꼈다면, 미분음에 의한 변화를 감지한 것이다.


우리의 삶

이러한 음색의 변화는 현대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감상자에게는 매우 낯설 수 있고, 심지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작곡자는 이렇게 당부한다. “그 낯선 소리들의 모습, 변화, 현상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어느 정도 청중과 연주자가 함께 즐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곡자 떠올린 이미지를 염두에 두는 것도 좋다. “멀리서 바라본 나비, 내 눈앞 으로 날아오는 나비 떼 혹은 내 귓가에서 움직인 나비의 날갯짓 등 다양한 관점과 형태의 나비 이미지가 순서와 관계없이 등장 합니다.” 즉, 변화는 확대되고 음량은 거대해지며, 또한 새로운 날갯짓이 더해져 음악은 강렬해진다. 이러한 가운데 제각각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음들의 움직임은 언제나 카오스 상태 에 있다. 그런데 카오스 이론에서 말하듯, 배음에 의한 음정 선택, 계산된 글리산도 등 작곡자가 설정한 “움직임을 지배하는 법칙”이 있다.

물론 음악 감상은 듣기평가 시험이 아니다. 작곡자가 궁극 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삶이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많은 큰 변화에는 시작이 된 순간에는 크게 생각 지도 않았던 아주 미세한 변화나 사건이 계기가 되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나비효과는 우리가 살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한 번씩 떠올려볼 좋은 내용입니다.” 그의 음악을 듣는 시간은 곧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임을 기억하자.

초연정보

초연일
2019. 2. 10
초연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
KBS 교향악단
지휘
윤현진
행사명
제 10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행사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행사주관
ARKO 한국창작음악회 추진위원회 (아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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