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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자가 최고의 기량을 한껏 뽐내는 사이사이에 흥을 돋우기 위하여 ‘얼씨구’, ‘잘 한다’ 등의 추임새를 넣어주세요.
As the soloists flaunt their skills, the audience utters chuimsae (exclamations) such as “eolssigu” and “jalhanda” in between measures. Please feel free to ex- press chuimsae (exclamations) such as “eolssigu” and “jalhanda” in between measures as the soloists flaunt their skills.
서쪽에서 동쪽으로
서양음악 작곡을 전공한 강순미는 제6회부터 제8회까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 까>, 가야금 협주곡 <동자, 그 순수함>, 아쟁협주곡 <세한, 그 푸르름>을 출품하며 본격적으로 국악작곡을 시작했다. 뒤늦은 시작이지만 드문드문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작품에 사용하며 국악 을 위한 에너지를 모아 왔다.
장단과 장구
<얼씨구, 구정놀이>는 장구와 태평소를 위한 이중협주곡이다. 그간 아창제에서 발표한 전작들 이 내면의 풍경이나 세속을 잊은 듯한, 때로는 철학적인 느낌을 준다면, 이 곡은 제목부터 속세로 나왔음을 알려준다. 내면과 자연 밖의 세속은 복잡하다. 복잡한 곳인 만큼 그곳에는 시름을 잊기 위한 흥도 많다. 강순미는 이 ‘흥’을 두 악기에 담았다. 특히 장구에.
강순미는 한국음악에서 중요한 것이 ‘장단’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장구를 통해 한국음악에 차차 접근했다. 그녀가 말하는 장구의 매력은 좀 남다르다.
“장구는 한 대의 악기에 두 종류의 채를 사용하여 소리를 냅니다. 궁채에선 독립적인 리듬이 나오고, 열채에서는 불규칙적이면서도 묘한 리듬이 나옵니다. 두 소리가 음색도 다르고, 장3도의 음정이 차이 납니다. 한 악기에서 두 개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지요.”
태평소
장구와 함께 긴장을 늦추지 않던 흐름이 살짝 고삐를 느슨하게 하는 대목이 나온다. 평화로운 계면조 선율이 나오고 호흡의 결이 느슨해질 때에 두 번째 주인공 태평소가 나온다. 534마디의 악곡에서 태평소가 등장하는 곳은 138마디다. 첫 얼굴을 드러내는 태평소 선율의 자태는 자못 ‘시나위’스럽다. 태평소가 가세하며 작품의 표제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드러낸다.
“구정놀이는 전라도 토박이말로 풍물잽이들이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순간을 일컫습니다. 장구잽이가 연주할 때 태평소 소리가 따라 다니는데, 둘이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관현악단 내의 피리연주자에게 태평소를 맡기고자 했다. 하지만 독주의 감각을 돋보이 게 하기 위하여 협주악기로 부각시켰다. 작곡가들이 민속을 소재로 한 관현악 작품을 작곡할 적에 많은 마디들을 장구나 태평소를 연주자의 즉흥에 맡기기도 한다. 하지만 강순미는 장단과 선율을 꼼꼼히 적어 넣었다. 그만큼 두 악기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들이 녹아 있는 것이다.
관현악은 구경꾼
장구와 태평소가 구정놀이의 판을 벌일 때에 관현악은 그 주위를 둘러싼 구경꾼들처럼 느껴진 다. 장단(장구)와 선율(태평소)의 기량이 펼쳐지는 사이로 관현악은 강/약박의 스펙터클을 연출 한다. 같은 한마디 안에서도 강/약의 대비는 빠르게 진행된다. 예를 들어 관현악이 ‘스포르자토 (sffz, 보다 더 강조하여)’로 몰아쳤다가 같은 마디 안에서 ‘메조 피아노’(mp, 조금 여리게)로 소리 를 급히 줄이고, 그 소리는 다음 마디에서 ‘스포르잔도’(sfz, 그 음을 특히 세게)로 치고 곧이어 다시 ‘메조 피아노’로 이어진다. 음량의 고저는 마치 구정놀이를 구경하는 군중의 환호성처럼 다가온다.
열린 관현악을 위하여
강순미의 음악관은 “변화를 먹고 사는 음악이 건강하다”이다. 이번 곡을 위해 국악관현악단 에 넣은 호른, 팀파니, 마림바, 첼로, 더블베이스는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소리 찾기’와 ‘소리 낳기’를 위한 ‘부품’들이다.
“국악관현악을 놓고 국악의 ‘본질’이냐, ‘변화’냐 하는 논란이 많습니다. 저는 국악관현악 자체가 이미 서양음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17세기에 프랑스는 자신들의 것만 고수하던 때였는데, 그로 인해 변화를 입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바흐는 독일 의 음악가였지만 온갖 음악들을 다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독일인이 지은 <프랑스 모음곡> 을, <이탈리아 협주곡>이 나올 수 있었고, 바흐의 음악은 서양음악의 핵으로 평가 되고 있습니다.”
정체성을 지키는 한편,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도 그녀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서양음악을 몸에 익힌 강순미에게 때때로 바흐(1685~1750)의 삶은 일종의 모범답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