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희곡Ⅰ

제향(祭饗)날

작가명
채만식 / 대한민국
창작년도
1937년
작품구성
3막 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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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최씨의 남편이자 영오의 외할아버지인 김성배의 제삿날. 유달리 이야기를 좋아하는 외손자 영오에게 최씨는 3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학혁명에 참여했던 성배는 혁명의 꿈이 실패로 끝나자 몸을 숨긴다. 하지만 자신을 대신해 잡혀간 아버지가 걱정돼 자수하려던 찰나 누군가의 밀고로 병정들에게 잡혀가 총살당한다. 성배와 최씨의 아들 영수는 3·1운동에 앞장 선 죄로 쫓기다시피 만주로 떠나 독립운동을 계속하더니 여덟 해가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그 사이 영수의 아들 상인이 태어나 일본유학을 갈 정도로 장성했다. 회한 많은 삶을 살아온 최씨로선 상인이 성공해서 두 발 쭉 뻗고 편히 살 날을 기다리는 게 유일한 낙일 수밖에 없다. 이야기인지 넋두리인지 모를 최씨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상인이 집으로 돌아온다. 영오는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자랑하며 상인에게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상인은 영오에게 인간세계에 불을 가져다주고 영겁의 고통을 받게 된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들려준다. 이야기를 끝내고 유쾌하게 집을 나서는 상인의 뒷모습에서, 최씨는 독립운동을 하러 떠나던 영수의 모습을 발견한다.

작품해설

채만식의 희곡세계는 형식변화를 중심으로 크게 세 시기로 나뉜다. 최초의 작품 <가죽버선> 이후 1931년경까지는 단막극을 집중적으로 발표한 전기, <시님과 새장사>에서 1934년 무렵에 활동을 중단하기까지는 촌극 중심의 중기, 1936년 <심봉사>로 창작활동을 재개한 후엔 장막극이 주를 이루어 후기로 분류된다. <제향날>은 후기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몰락해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채만식은 식민지 근대화 속에서 서서히 추락하는 농민들의 삶을 특징적으로 묘사했을 뿐 아니라, 반어적 기법을 통해 사회운동을 지지하는 데도 탁월했다. <제향날>에서는 이 두 가지 특징이 모두 드러나고 있다. 할머니가 외손자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 속에는 동학운동(1894)과 3·1운동(1919)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가족사와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같은 장 속에서도 현재와 과거가 끊임없이 겹쳐지는 이중적 시간구조를 가진다.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고 역사와 개인이 뒤엉키는 가운데 3막 2장의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시간과 역사를 초월한 무한한 고통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작가는 성배, 영수, 상인으로 이어져온 3대에 걸친 투쟁의지, 그로 인한 가난이 영오에게도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메테우스가 “그래도 나는 의를 이루었노라 뉘우치지 아니하노라.”라고 말한 것처럼 3대에 걸친 숙명적인 고통이 이전에도, 지금도, 이후로도 결코 헛되지 않음을 시사한다.